채무자는 재산을 내놓아야

현재의 생활 여건이 안정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이를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채무자는 부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득을 버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집을 빌리면서 전세금이나 월세보증금을 지급하고 살다가 전세나 임대차가 끝나면 그것을 반환 받을 수 있다. 자동차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빌려 준 돈도 있고, 주식이나 채권, 가상화폐도 있다. 무엇이든지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은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 파산절차는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하여 팔아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그 절차에 협조하는 채무자가 그 대가로 면책을 얻는다. 채무자가 현재를 유지하기 위하여 사해행위나 편파행위를 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면책을 부인 당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파산절차가 개시되는 것을 파산선고라고 한다. 선고는 판사가 재판의 주문을 읽는 방식으로 외부에 알리는 것을 말한다. 현재의 실무상으로는 “2025. 10. 13. 16:00”과 같은 식으로 날짜와 시간을 특정하여, “채무자 OOO에게 파산을 선고한다”는 주문 및 파산관재인의 선임 등 이에 부수한 결정사항을 적은 결정문을 작성하여 발행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법률 제310조. 파산선고가 이루어지면, “파산재단”이라는 가상의 실체가 형성된다. 그 당시에 채무자가 가진 모든 재산 및 그 전에 생긴 원인으로 장래에 행사할 청구권이 파산재단에 속한다. 법률 제382조. 재산은 파산재단의 관리자인 파산관재인이 접수한다. 제479조. 말하자면 파산선고는 채무자의 재산을 포괄적으로 압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법률은 압류할 수 없는 재산이 파산재단에 속하지 않는다고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제383조 제1항.

파산을 신청하는 채무자는 신청서와 아울러 재산목록을 제출하여야 한다. 제302조 제2항 제2호. 소액의 채권과 금전이라도, 재산가치가 없는 자투리 땅이라도 잘 찾아서 기재하여야 한다. 사람의 인지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있게 마련이다. 재산목록에 누락이 발생할 수 있다. 신청서 제출 이후에도, 파산선고 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목록을 수정하여 제출할 수 있다. 고의로 누락한 것이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평가되면 사기파산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제650조 제1항 제1호. 면책을 받을 권리가 부정된다. 제564조 제1항 제1호.

주택을 임차하여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압류가 면제되는 임대차보증금이 상당한 금액에 이른다. 가재도구 등 유체동산도 실무상 가혹하게 집행하지 않는다. 한편, 가능하면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고자 하는 채무자는 부채를 상환하기 위하여 이런 저런 유휴 재산이나 소유하는 주택을 이미 처분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요인 때문에 파산관재인이 재산을 수집하는 경우는 소수에 그친다. 재산을 팔아 현금을 수집하더라도, 조세나 임금 같이 우선하는 채권자에게 지급하기에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파산채권자가 점심값이라도 받아가는 사례는 많지 않다.

개인회생은 현재를 지키려는 채무자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것은 파산절차를 뒤집은 것이다. 파산절차에서는 가진 재산을 법적 처분을 위하여 내 놓는다. 그 대신에 미래에 버는 돈을 자신의 것으로 저축할 수 있다. 파산재단의 범위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제382조. 개인회생에서는 채무자는 가진 재산을 채무자가 그대로 보유할 수 있다. 그 대신에 그렇게 보유하는 가치 이상의 금액을 갚아야 한다. 채무자가 파산절차가 시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채권자들이 가지고 갈 수 있는 금액의 합계(“청산가치”) 이상을 채권자에게 주어야 한다. 법률은 “변제계획의 인가결정일을 기준일로 하여 평가한 개인회생채권에 대한 총변제액이 채무자가 파산하는 때에 배당받을 총액보다 적지 아니할 것”이라고 표현한다. 제614조 제1항 제4호. 이를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이라고 한다. 개인회생은 말하자면, 채무자가 재산을 관념적으로 채권자들에게 넘기고 이를 할부로 다시 사는 과정을 축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파산제도의 변태이다. 현실적으로는 파산에 대한 채무자 자신의 부정적인 태도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하여 현재 지킬 것이 없는 채무자라도 일정한 소득이 있는 자는 우선적으로 개인회생을 신청하여야 하는 것처럼 실무가 운용되는 경향이 있다. 부실채권을 매수하여 이를 회수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대부업체들의 수익성은 좋은 편이다. 대신에 채무자들의 새로운 출발은 지연된다.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은 제한되어 있다. 물적 담보가 있는 채무는 15억원, 그밖의 채무는 10억원 이하의 부채를 지고 있는 사람만 신청 자격이 있다. 이를 초과하면, 현재를 지키고자 하는 채무자는 법률 제2편에 규정된 회생절차를 선택하여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고 원칙적으로 채권자들의 다수결 동의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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