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은 두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빚을 갚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주로 사업을 운영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쓰인다. 누가 파산했다고 말한다. 가진 재산 다 날리고 빈털털이가 되었다. 이 상태로 이끌어가는 과정은 어둡고 절망적이다. 둘째, 이런 상태를 처리하는 공적인 절차를 의미한다. 나라의 감독 하에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재산을 처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집합적 채권추심이다. 옛날 이탈리아 상업도시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환전상이 빚을 갚지 못할 때 채권자들은 점포로 몰려가 벤치를 두들겨 부수었다고 한다. banca+rotta => bankruptcy 破產. 채권자들은 영주의 감독 하에 채무자의 재산을 처분하여 채권자들이 나누어 가졌을 것이다. 남은 재산이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채권자들은 용서하기도 했다. 채무자가 도시의 광장에서 하의를 벗고 기둥에 엉덩이를 비비고 “나는 파산했다!”라고 외치는 것 같은 세리머니를 필요로 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상업도시는 현대 자본주의가 기원한 곳이다. 자본주의가 진화함에 따라 파산제도도 발전해왔다.
현대의 파산절차에서는 개인 채무자가 자기 가진 것을 채권자들을 위해 내 놓는 한 대부분의 부채로부터 면책된다. 우리나라는 21세기부터 이러한 파산 그리고 개인의 면책이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실패의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회사, 보험, 신탁 같은 제도가 기업위험을 많이 해결해 주지만 개인사업자는 여전히 많다. 또 주택이나 자동차 같은 내구소비재를 구입하기 위하여 또는 증권이나 코인투자를 위하여 빚을 지는 소비자도 많이 있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이 파산하고 있다. 이들에게 금융기관은 많은 돈을 떼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량소비와 투자로 대기업을 후원한다. 빚에 쫓기는 자는 경제활동에 지장을 받고 의욕도 없게 마련이다. 부채를 면하게 해 주면 이들은 다시 경제활동으로 돌아온다. 그것은 사회의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빚진 자를 용서하는 것은 우리가 마음씨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채무자에게 있어서 파산으로 이끌어가는 경제적 과정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파산절차 그 자체는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다. 개인의 면책을 인정하는 현대의 파산제도는 세계적 규모의 경쟁에 노출된 가계와 기업이 적응하도록 돕는다. 그 중심에는 이를 운용하는 법원과 그에 봉사하는 법률가들과 기타 보조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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